목편교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뭘까? 라고 누가 나에게 물으면 나는 답하리. 현미라고. 그 다음은 냉면과 막국수다. 자다가도 냉면이나 막국수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반쯤 떠진다. 마니아다. 하지만 넘버 원은 현미다. 처음과는 달리 이제 현미만 먹으면 구수하고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옆지기는 아직도 꽃등심이 맛있다고 한다. 80프로 채식주의자이면서 그 옛날의 영화를 잊지 못하고 있다. 나는 꽃등심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꽃등심을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바닷가 출신이라 해물은 누구보다 많이 먹었다. 어릴 때 고래고기국을 엄청 먹었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미역이 들어가곤 했다. 해물과 해초가 반찬이었다.
14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채식주의자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추석 때, 그 많은 음식들을 나 몰라라 하고 집에서 가지고 간 현미밥에 나물과 야채 반찬만 먹고는 입을 닫았다. 부산과 서울에서 온 형제와 그 패들이 입을 오므리면서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들 중에는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과 고도비만 회원도 있었다.
처남, 그래 묵고도 갠찮응죠.
오빠야, 그래 묵아도 건강에 지장 없나.
추석 때의 음식은 얼마나 걸팡지나. 찌짐이야 고기야 기름진 음식들이 상에 넘쳐났다. 옛날 같으면 배가 그윽하도록 집어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일백팔십도 달라져 있다. 목편교에 입문을 하고부터.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4개월 전, 2009년 7월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MBC는 어느 정도 공정방송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KBS는 이미 맛이 간 상태였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을 위한 방송으로 갈지자를 걷고 있었다.
그날 밤, MBC 스폐셜에 우리의 목편교 교주이신 대구시립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인 황성수 박사님이 출연을 하여 목편교에 대해 설명을 해나가고 있었다. 제목이
목숨 걸고 편식하기
주로 고혈압과 당뇨환자들을 상대로 열심히 목편교에 대해 설교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귀를 세웠다. 혈압 약을 먹고 있는 고혈압 환자가 아닌가. 아침마다 약을 먹어도 내 머릿속은 늘 불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을 먹어도 항상 135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머릿속이 늘 흐리멍텅했다. 맑지가 않았다.
나는 빠삐옹이었다. 고혈압에서 탈출할 수 없는 빠삐옹. 그 말은 죽을 때까지 혈압약을 먹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중풍협회 정회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살아야 하는 쓸쓸함이 있었다.
우리나라 내과의사들이 어떤 병으로 먹고 살까? 고혈압과 당뇨이다. 그 두 가지 병 때문에 먹고 산다. 만약 어느 위인이 고혈압과 당뇨을 낫게 하는 치료물질을 개발해내면 그 다음날부터 우리나라 내과의사들은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그런 불편한 진실을 가슴에 안고 환자들을 대하고 있다. 시간만 나면 의학학회지에 어느 위인이 고혈압과 당뇨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물질과 신약을 개발하지 않았나 주시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불편한 진실이 그날 MBC 스폐셜에서 터져 나오고 말았다. 몸에 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삐쩍 마른 우리 목편교의 교주이신 황성수 박사님이 열변을 토하시는 것이었다.
1. 고기를 먹지 마십시오!
2. 생선을 먹지 마십시오!
3. 우유를 먹지 마십시오!
4. 멸치도 먹지 마십시오!
그럼 무엇을 먹어야 하나?
1. 현미
2. 채소
3. 야채
4. 과일
5. 견과류
하! 입이 쩍 벌어졌다. 고기와 생선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불에 탄 고기와 생선을 먹는 재미로 사는 고씨와 생씨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가. 한 때 황제다이어트라고 광풍이 분 일이 있었다. 그 황제다이어트를 만든 창시자는 이렇게 설파했다.
1. 탄수화물이 우리 몸을 망칩니다
2. 고기를 섭취하십시오
3. 탄수화물 덩어리인 밥은 멀리하십시오
누가 그를 뒤에서 조종을 했을까? 거대한 축산업자들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허재비 하나를 돈으로 사 텔레비전 앞에 세우면 상황은 끝이다. 박사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어느 해, 의사 나으리 하나가 방송에 나타나 우유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예찬을 했다. 그 다음날부터 대형마트에는 우유가 품절이 될 정도로 잘 팔렸다. 돈과 마켓팅의 괴력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과 상식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사기꾼이 아직도 위풍당당 힘을 쓰고 있다. 다단계에 속고, 펀드에 속고, 정치에 속고, 여당에 속고, 허재비에 속고, 거짓말에 속고 속아도 그 행렬은 지금도 계속 행진을 하고 있다.
모를 때는 상식에 기대면 된다. 목편교 교주님의 말을 듣고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바로 저것이다. 교주의 말은 진실이다. 내공이라고는 한 주먹도 없는 협박과 공갈뿐인 가짜 목사들의 말에는 귀를 닫아도 뎅그랑~ 진실의 종은 늘 듣는다.
왜 혈압약을 먹습니까? 혈관 속이 막혀 있고 좁기 때문에 먹습니다. 그렇다면 혈관 속을 넓혀주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됩니다.
맞다!
누가 우유를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합니까?
소를 어떻게 키우고 그 소가 도축장에서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보아야 한다.
누가 멸치를 먹으면 뼈가 튼튼하다고 합니까?
멸치는 포항 여남바다에서 잡은 멸치가 정말 맛있다.
다 거짓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하나?
현미와 야채와 채소입니다.
할렐루야!
나는 손뼉을 탁 치며 소리쳤다. 방언이 안 터져 나온 게 기적이라면 기적이었다. 벌떡 일어난 나는 앉았다. 경청했다. 살아 지금까지 귀를 세운 채 경청을 해본 적이 몇 번 있었던가.
교주님은 계속 말했다.
혈압약 일로 주소.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불안해가요.
뭐가 불안합니까? 한번 믿어보소.
알았습니다.
믿으면 복이 옵니다.
맞다. 네 믿음이 저 협곡을 건너게 하리라.
나는 그 시간부터 우리 교주님을 믿기로 했다.
그날 밤 옆집기가 인터넷에 들어가 현미를 주문했다.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봉하마을의 현미를. 이틀 뒤에 현미가 도착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우리는 그날부터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혈압약을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 망할 혈압.
한 때 잘 나갈 때의 내 혈압은 210-170이었다. 150정도를 가지고 냉가슴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정도면 혈압도 아니다. 그 정도일 때의 나는 소주를 10병 하고도 3병을 더 먹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계점에 왔을 때(중풍협회에서 전화가 막 걸려오려고 할 그 무렵), 하루에 세 갑씩 태우던 담배를 끊었고, 그리고 술을 끊고 둔치에 나가 뛰고 또 뛰었다.
10년
수전증은 사라졌다. 혈압은 150 정도. 내 몸 속에 2프로가 남아 있었다. 그 2프로를 좇아내기 위해 그해 겨울(12월20일) 배낭 하나만 둘러메고 서울에서 포항까지 도보여행길에 나섰다. 하루에 50킬로미터를 걸었다. 잠은 찜질방. 아침에 김밥 한줄과 식초 한 사발이 전부였다.
8박 9일 끝에 도착한 포항북부해수욕장. 서울로 컴백했을 때 내 다리는 다리가 아니었다. 절뚝절뚝. 병명은 퇴행성관절염
등산은 안 됩니다
마라톤도 안 됩니다
지금 고혈압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는 동포 여러분들에게 목편교의 전도사인 제가 감히 한 말씀드립니다. 도전하십시오. 세상은 도전하는 자의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그냥 두리뭉실하게 살다 두리뭉실 가는 게 소원이 아니라면 지금 용기를 내어 도전하십시오.
쇠고기는 안 됩니다.
소가 무엇을 먹습니까? 옥수수를 먹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배불뚝이들을 위해 우리 인간이 먹어야 할 옥수수가 소에게 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굶는데 소는 배가 터지게 먹습니다. 옥수수를 먹은 소가 토해내는 하품이 이상기후에 부주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소는 이 지상에서 퇴출시켜야 합니다.
여러분!
몸과 정신은 무엇입니까? 몸은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릇이 깨져 있거나 부실하면 정신을 온존하게 담을 수 없습니다.
그릇과 정신은 하나입니다.
소 때문에 우리 인간이 굶는다는 사실, 슬프지 않습니까.
비밀 하나를 공짜로 공개합니다. 밤에 거시기가 살아나지 않아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트레스와 과음과 과식이 그 원인입니다. 사십 초반의 젊은이들이 거시기 때문에 밤이 두려워서야 말이 됩니까. 시선을 이곳으로 집중하십시오. 고민 끝 행복을 알려드립니다. 현미와 채소, 그리고 야채에 목숨을 거십시오. 한 달 뒤면 놀라운 기적을 만나게 됩니다. 밤마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리 거시기 해도 늘 열중쉬엇을 하고 있던 빳다가 빳빳하게 일어나 돌격 앞으로! 하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횡성쇠고기 먹고 삼겹살 먹고 장어 먹어야 말짱 쾅입니다
혈관만 망칩니다
그리고 그 끝은 대한민국중풍협회사무실입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지 남이 중심일 수는 없습니다. 귀가 얇아 신세 조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한번 도전해볼만 하지요.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십시오. 분명한 사실은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합니다
뒷이야기-내 몸이 살아야 정신도 덩달아 산다. 이 공식만 적용을 하면 세상은 밝아진다. 미운 인간에게 매를 대는 것이 아니라 떡을 하나 더 주어야 한다. 내가 살려면 내 몸이 살아야 한다. 내 가족이 살려면 내 이웃이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정신을 담을 몸이 중요하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은 늘 외출을 한다. 문제는 정신이 아니라 혈관이다. 더 늦기 전에 목편교에 입문을 해 구원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한번밖에 살지 못한다. 한번밖에. 예수와 부처님의 이름으로 목편!2010929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