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편식하기-1
고혈압과 싸우다
보릿고개와 21세기
그 옛날 덩게떡을 만두처럼 먹던 시절이 있었다. 보릿고개 시절의 이야기다. 하루 세 끼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동네에서 아무 걱정 없이 세 끼를 먹는 집은 공무원과 군인가족이었다. 농사에만 매달리던 주민들의 대부분은 하루 두 끼로 만족했다. 그렇게 먹어도 크게 억울하지 않았다. 동민들 대부분이 굶고 있었기 때문에.
21세기의 지금은 어떤가? 음식과의 전쟁이다. 너무 먹어 탈이다. 그 옛날 보리밥과 죽으로 연명을 하던 그 시절의 추억을 모른 채 성장을 한 요즘 사람들은 배가 너무 불러 탈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어떤 음식을 먹느냐 와 싸우고 있다.
보릿고개- 보리밥, 죽, 덩게떡, 시래기와 채소
요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피자, 햄버거, 탄산음료 그리고 웰빙
21세기 우리 인류의 주제
기후학자들은 지금 중국과 인도를 주시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35프로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두 나라가 지금 무섭게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성장의 속도에 맞추어 두 나라 국민들의 음식문화도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문제는 육류소비가 늘어나면 날수록 축산업이 늘어난다. 아울러 소들의 중가와 함께 곡물의 수요도 증가한다. 우리 인간이 먹어야 할 곡물이 소에게 가고 있다. 문제는 곡물도 곡물이지만 전 세계의 소들이 곡물을 먹고 토해내는 트림과 방귀이다. 소들이 대책 없이 토해내는 트림과 방귀의 주성분이 이산화탄소라는 것이다. 그 트림과 방귀가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기후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21세기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 식량과 기후변화 그리고 에너지이다. 지금 세계에는 식량 부족으로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하루 한 끼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날로 더워져 가고 있는 이상기후 때문에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크고 작은 공장에서 태우는 화석연로 때문이다.
이 세 가지가 21세기 우리 인간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숙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풀지 못하면 우리 인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그렇다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전 세계가 이 숙제에 달라붙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 인간이 추구해온 문명과 가치관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전 세계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국가와 개인의 가치관을 버리고 세계는 하나다는 인류공동체의 가치관이 새롭게 확립되어야 한다.
전 세계가 더워져 가고 있는 기후변화에 매달려야 한다.
전 세계가 가축의 수를 줄이고 가축에게 주는 곡물을 인간에게 돌려야 한다.
전 세계가 육류위주의 식단에서 과감하게 탈출해야 한다.
전 세계가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매달려야 한다.
고혈압과 환경
내가 싸우고 있는 고혈압도 위의 네 가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음식과 외부적인 환경 그리고 내 내부에서 싹튼 요인들이 내 혈관을 좁게 만들었을 것이다. 210-170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까딱 잘못하면 중풍협회 정회원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왔다. 준회원으로 살면서 느낀 스트레스는 컸다.
어느 해, 이렇게 고혈압에 목을 잡혀 살아갈 수는 없잖아 하고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이 금연이었다. 그리고 달리기였다. 결심이 어렵지 한번 결심하고 나면 그 다음은 쉽다. 물론 어려운 사람이 있다. 분명한 것은 할 사람은 하고 못할 사람은 못한다.
10년 뛰었다. 마르고 닳도록 뛰고 뛰었다. 봄에도 뛰었고 여름에도 뛰었고 가을에도 뛰었고 겨울에도 뛰었다. 비가와도 뛰었고 눈이 와도 뛰었고 살을 에는 칼바람 속에서도 뛰고 뛰었다. 내 정신과 몸을 갉아먹고 있는 고혈압과 스트레스를 잡기 위해.
10년 뒤. 혈압은 어느 정도 잡혔다. 그 대신 오른쪽 다리가 수상했다. 너무 무리한 것이었다. 적당이라는 그 경계를 무시한 결과였다. 위기가 절정에 다다른 것은 그해 겨울, 배낭을 울러 메고 서울에서 포항까지 7박 8일 동안 걸은 도보여행이었다. 그 여행을 통해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 수상한 오른쪽 다리가 고장이 나버렸다. 내 다리를 점검한 의사가 말했다.
달리기 끝.
등산도 끝.
달리기를 그만 두었다. 얼마 후 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졌던 고혈압이 보라는 듯이 다시 등장을 했다. 170-90. 중풍협회 정회원증이 눈앞에 왔다 갔다 했다. 중풍은 외상이 없다. 오면 직방이다.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비틀린 몸과 싸워야 한다.
약을 먹자.
중풍을 예방하자.
약에 의존한 지 3년이다. 그동안 의원도 여러 번 바꾸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의원의 원장은 두 가지 약에 하나를 더 보탰다. 피를 맑게 하는 아스피린. 약을 먹어도 130 그 부근이었다. 컨디션이 나쁘면 150 정도였고. 기분이 씁쓸했다. 뒷골이 늘 흐려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났다. 그럴 때면 만사 제쳐두고 둔치에 나가 땀을 흘리며 달리고 나면 고혈압이고 중풍이고 다 날아간다. 고통이 희열이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을 때 찾아오는 찰나의 쾌락은 사정보다 더 짜릿하다. 불과 10초 안팎의 엔도르핀이지만 그 쾌감은 달려본 사람만 안다.
MBC 스페셜- 편식에 목숨 걸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본 MBC 스페셜. 편식에 목숨 걸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보았다. 세 사람의 사내들. 그 중에서 내 시선을 잡아끈 것은 대구 어느 병원의 황박사. 그는 신경외과 전문의였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고, 그리고 그가 먹는 점심은 생식이었다. 더 가관인 것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현미밥과 야채 위주의 음식을 제공하면서 혈압 약을 먹지 마라는 것이었다. 그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에게 내린 처방은 약이 아니라 음식이었다.
고기, 생선, 달걀, 우유를 먹지 마라.
멸치도 먹지 마라.
우유와 멸치를 먹으면 뼈가 튼튼해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더 약해진다.
대신 현미밥과 콩과 채소와 야채, 그리고 과일을 먹어라.
이것만 지키면 고혈압과 당뇨는 낫는다.
그 메시지를 접한 나는 순간 손뼉을 쳤다.
할렐루야!
가 아니라
옳다!
하고 박수를 쳤다.
믿음이 천국이요 극락이다. 믿자! 하고 나는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믿음이 저 허공을 건너게 하리라. 협곡과 협곡 사이의 까마득한 허공을 두고 믿음과 불신이 한 사내를 시험한다. 다리가 없는데 어떻게 저 허공을 건넌단 말인가. 열에 아홉은 건너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과감하게 건너기로 마음을 먹는다.
모 아니면 도다.
나는 50프로의 확률에 나를 걸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7일째 혈압 약을 먹지 않고 있다. 내 믿음에 보답을 하듯 혈압이 내려와 있었다. 130- 85. 하! 이럴 수가! 혈압 약을 끊을 수 있다니…….
그날부터 나는 편식에 목숨을 걸었다. 현미밥과 콩 그리고 야채와 채소와 과일이 우리 두 사람의 식사였다. 현미밥을 먹으면서 달라진 것은 오래 씹는다는 것이다. 현미밥은 껄끄럽다. 오래 씹지 않을 수 없다. 맛도 없다. 다행히 2년 전 현미밥을 몇 달 먹어보아서 안다. 채소와 야채는 친한 편이다. 육식보다 야채에 익숙해 있는지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있다면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옆지기가 고생이다. 계란과 우유까지 끊다보니 먹을 게 별로 없었다.
오늘 아침 옆지기에게 ‘점심을 먹을 때 고기반찬도 좀 먹어라. 우유도 먹고. 하루 종일 준 사이코들을 가르치려면 속이 든든해야 한다.’ 괜히 나 살자고 옆지기를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국민들에게는 나발을 불고 싶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내가 만약 편식에 목숨을 걸어서 성공을 하면 그때 나발을 불겠다고. 내 건강이 가족의 건강이고 가족의 건강이 사회의 건강이고 사회의 건강이 나라의 건강인 것이다. 국민이 건강해야 나라의 발전도 있는 것이다.
국민 여러분!
오늘부터 이 오모차베를 믿고 과감하게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멸치를 멀리하십시오.
대신 현미밥, 채소, 야채, 과일, 콩, 견과류, 고구마에 목숨을 거십시오.
믿음과 실천이 국민 여러분의 병을 물리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맛이 아닌 건강입니다.
그리고 답은, 믿음과 실천입니다.
뒷이야기- 음식으로 병을 못 고치면 의사도 못 고친다고 했다. 음식이 약인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있다. 대신 오늘도 병을 부르는 음식을 생각 없이 집어넣고 있다. 생각해보자. 인간은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곡물을 먹어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가난할 때는 그 원칙을 잘 지킨다. 그러나 소득이 높아지면 금방 허물어진다. 곡물보다는 고기에 더 집착을 한다. 뿐만 아니라 태우고, 튀기고, 볶고, 굽고, 삶고, 찌지고, 그리고 맛을 내기 위해 넣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화학조미료에 우리 혀는 어느새 세뇌되어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짜짱면. 그 맛의 비결은 조미료다. 그 조미료를 숟가락으로 넣는 것이 아니라 삽으로 넣는다고 한다. 음, 바로 그 맛이야! 역시 맛 있어! 따봉! 다들 미친다, 가짜에.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다는 것. 그 사실을 아는 자 얼마나 될까? 그저 맛만 좋으면 양잿물을 넣어도 괜찮다는 그 심뽀가 결국 우리 몸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바꾸어야 한다. 맛이 아닌 원래의 그 건강식으로. 가난한 시절에 먹었던 그 음식이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다. 2009717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