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반도의 통일을 그리면서

오주관 2010. 7. 15. 12:18

 

 

지난 2007년, 이명박 후보는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당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같은 지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고, 광화문 광장에는 밤이면 밤마다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미국과 벌인 쇠고기 졸속협상과 대운하 때문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었다. 광화문의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은 촛불로 넘쳐 났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어른에서부터 아이까지 날이면 날마다 청계광장은 촛불이 타올랐다. 그 때 우리 두 사람도 촛불 집회에 세 번 참가를 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만약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2012-2022 DMZ PROJECT’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청계광장에 앉아 촛불을 들 때마다 나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뇌를 했다. 지금 세계문명의 거대한 힘이 이곳 동북아로 다가오고 있다. 그 거대한 물결을 저들은 보지 못한단 말인가. 동북아와 세계의 중심이 될 한반도가 고작 대운하와 미국산 쇠고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운하밖에 없나?’

‘저것밖에 없나?’

‘머리를 죽어라 굴리면 무엇인가가 나올 텐데?’

‘우리나라 두뇌집단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대운하가 아닌, 남과 북을 하나로 묶는 대 프로젝트가 없을까?’

‘총 한 방 쏘지 않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없을까?’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생각하는 로댕이 되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던 마지막 날 밤, 그날도 양미간을 잔뜩 좁힌 채 사고의 바다에 풍덩 빠져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전광석화 같이 ’콰광!‘ 하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아!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오! 바로 그것이다!’

‘그래그래, 바로 그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한반도통일전문가가 되어 있다. 한반도 통일에 관한 한 내가 넘버원이다.(전문가들이 태클을 좀 걸어주었으면 좋겠다.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통일을 하자는 총론과 원론은 넘쳐나지만 각론은 없다. 통일을 연구하는 학자들, 정치인들, 그리고 통일과 관련된 단체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의 통일관은 총론이 아니면 원론뿐이다.

 

내가 만든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1,2,3. 그동안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는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프로젝트-3까지 왔다. 프로젝트-2를 만들었을 때 나는 내가 만든 프로젝트를 어느 정치인에게 보냈다. 노래도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그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여와 야를 생각하지 않고 다리품을 열심히 팔았다.(단 이명박 정부와 자유선진당은 제외)하지만 결과는 낙동강 오리알이었다. 묵묵부답이었다. 당장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목표이지, 한반도의 통일은 나중의 일이다. 하지만 기다렸다.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된다.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코가 빠지도록 기다렸지만 끝내 답은 없었다. 이럴 수가! 무엇이 1이고 무엇이 2일까? 화가 슬그머니 치밀었다. 나는 그를 보좌하는 교수와 비서실장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썼다.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데 침묵을 하나? 아니 어떤 심정으로 만들었는데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게 보좌를 하면 안 된다. 小를 버리고 大를 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똑바로 살아라! 라는 메시지를 e메일과 편지로 보냈다.

 

 

 

 

 

내 수난은 계속된다. 한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석학들에게도 프로젝트-2와 편지를 보냈다. 학문이 주업이라 이번에는 반응이 있을 것이다. 프로는 프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서운 건 아마추어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무반응이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은 요즘 국무총리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교수님, 변방의 듣보잡이가 만든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를 한 번 봐주십시오. 그리고 언제 한번 만나 허리끈 풀어놓고 토론을 해봅시다.’라고 정식으로 제의를 했지만 답은 없었다. 화가 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이 보낸 서신과 프로젝트를 보았으면 가부간 답은 있어야 한다. 그게 사람의 도리다. 입을 닫고 있으면 안 된다. 원론과 총론이 아닌 각론을 보았으면(총론과 원론만 보아온 터라 내가 보낸 각론을 보고 심장이 잠시 멎었을 것이다)고맙다는 말과 함께 답을 보내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그렇게 코웃음을 치며(물론 쳤는지 안 쳤는지는 모름)무시를 하면 안 된다.

 

저 석학들의 머리와 내 머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나?

저런 위인이 총리가 되면 앞 총리와 다를까.

사람은 모름지기 이름씨가 아니라 움직씨가 되어야 한다.

 

수난은 계속되었다. 다시 프로젝트-3과 편지는 어느 눈 밝은 정치인에게 날아간다. 이름만 대면 아는 사람이다. 그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지난 2년 더위와 싸워가며,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설악산과 파주의 통일동산, 그리고 많은 산과 계곡을 순례하듯 오가며 완성시킨 프로젝트가 아닌가. 역사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세계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자.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통일시키고 당당하게 역사의 뒤로 사라지자. 체게바라와 룰라가 되자! 당신과 내가 손을 잡으면 한반도는 통일이 된다. 그리고 썼다.

 

당신과 나는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가슴 벅찬 감정을 꾹꾹 누르며 그렇게 나의 전부를 담아 그에게 보냈다. 파주 어느 출판사의 골방에서 언 손을 호호 불며 또 다른 운명과 마지막 싸움을 벌이고 있었을 그는 내가 보낸 편지와 ‘프로젝트-3’을 보았을 것이다. 얼마 후 어느 정당에 입당을 하면서 기자회견을 할 때 그는 내가 쓴 편지의 앞부분을 인용했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답은 오지 없었다. 우편함은 늘 비어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말도 못하게 섭섭했느냐고? 천만에! 섭섭하지 않았다. 나는 운명을 믿는다. 운명이라면 그와 나는 만날 것이다. 운명이 아니라면 못 만날 것이다. 안티가 많은 그는 그러나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1. 현상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2. 따뜻한 가슴과 뜨거운 열정이 있다. 3. 비전과 철학과 사상이 있다. 직관과 멀리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부족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

학문적으로 접근을 하면 안 된다.

나중에 다시 쓸 기회가 있겠지만,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하나는 지휘자라야 한다.

 

 

 

 

나는 침묵한 채 기다렸다. 나라는 사람은 기다리다 세월을 다 보낸 사람이다. 힘이 빠지지 않았다. 연락이 없어도 담담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 프로젝트를 만들고 나서 나는 감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처에서 내 글을 수집해 읽고 있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집의 전화도 수상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나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했을까?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옆지기 전화만 받고 다른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았다. 전화벨이 목을 놓고 울어도 받지 않았다. 6, 2지방선거는 지나갔고 세상은 다시 조용해졌다.

 

5타수 무안타

 

나는 곰곰 생각했다. 뜨거운 열정과 진정성을 몰라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민을 가야 하나? 아니면 땅 밑으로 꺼져야 하나? 집착과 분열에 시달리다 한 생각을 얻었다. ‘그래, 그들이 몰라주면 내가 나서자.’ 易聖(주역)의 대가인 대산 김석진 선생은 말했다. 한반도에 좋은 세상이 온다. 어느 일간지와 인터뷰한 기사 중 일부분을 여기에 소개한다.

 

-좋은 세상은 언제 오나요.

“2014년이야. 올해까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인년(2010), 묘년(2011년)엔 대강 세상의 변할 일을 알게 될 것(寅卯事可知)이야. 여전히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는 거지. 2013년까지는 큰 변화가 올 거야. 통일의 기운이 열리고, 큰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도 이때야. 이런 변화가 끝나는 2014년이 되면 좋은 세상이 열릴 거야.”

 

-좋은 세상은 어떤 겁니까.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지. 새 문명이 이 땅에서 생겨나는 거야. 세계의 금융시장이 이 땅에 들어설 거야. 이왕이면 판문점이나 개성쯤이 좋겠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온갖 종교와 사상이 한반도라는 용광로에서 녹아 새로 태어나는 거야.”

 

내가 그린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의 중심은 DMZ이다. 내 사상과 철학이 그대로 복사되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닮아 있었다. 순서로 따지면 내 통일 프로젝트가 앞이다. 내 프로젝트가 나오고 몇 달 뒤 그 어른이 어느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한반도와 동북아를 하나로 묶을 중심은 DMZ이다

 

두 손을 깍지 끼고 엄숙하게 말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일어서려면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더는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대가 없는 희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때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저 광야에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다. 비록 홀수이지만 한반도의 한복판에 서서 반세기를 갈라놓고 있는 남과 북을 통일시키는데 나의 전부를 던질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넘치는 에너지, 열정, 현재가 아닌 미래, 아와 소가 아닌 대를 끌어안을 가슴을 가지고 있는 그와 내가 손을 잡으면 한반도는 신명나는 굿판이 될 것이다. 4천만이, 아니 7천만 민족이 손을 굳게 잡으면 우리 한반도는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 속의 한국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그 끝은 모든 인간이 하나가 되는 세상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앎을 구하기 위해 떠돌고 있다.

 

 

뒷이야기-이 세상에는 문제를 쉽게 푸는 사람과 어렵게 푸는 사람이 있다. 그동안 한반도의 통일을 연구하면서 자주 접한 인물이 있다. 비껴 갈 수 없는 그들은 독일 통일의 아버지인 빌리 브란트 전 수상,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지도자들 중에는 미래를 볼 줄 아는 혜안이 있는 사람과 바로 앞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실로 크다. 한반도의 통일은 미래를 현재의 마당으로 데리고 오는 일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을 이념으로 재단을 하면 안 된다. 감정이 끼어들어도 안 된다. 오늘이 아닌 먼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소수가 아닌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는 통일을 이념으로 재단을 하고, 감정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논하면 안 된다. 내가 네가 되고 남이 북이 되고, 그리고 남과 북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낙제점이다. 무력과 흡수통일을 논하는 그들의 머리를 전기톱으로 갈라 그 속을 보고 싶다. 명심해야 할 것은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천운이라 할지라도 사라진다. 통일은 장사가 아니다. 통일은 흥정이 아니다. 통일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북이 남이고 남이 북이다.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2010714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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