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반도 통일, 그 방법론

오주관 2014. 6. 27. 12:41

 

 

그 곳으로 가는 길

어젯밤 나는 무거운 가방을 멘 채 도서관을 나갔다. 그리고는 1호선을 타고 가다 회기역에서 다시 용문으로 가는 지하철을 갈아탔다. 상봉역에 열차가 서자 내 앞에 자리가 하나 나왔다. 둘러보니 내 옆에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분이 있어 앉으시라고 양보를 했다. 요즘은 노틀이 노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 잘 안 한다. 옛날에도 그랬던 모양이다. 70년대, 소설가 김승옥 씨는 자신의 소설에서 양심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아느냐? 고 썼다. 눈꺼풀에 붙어 있다고 했다. 열차 안에서 운 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젊은이 앞에 노인이 서 있다. 십중팔구 젊은이는 자는 척 눈을 감는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는 것이다. 안자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눈꺼풀이 떨리는 것이다. 그게 바로 양심이라는 것이다.

 

 

 

참새와 방앗간

국수역에서 내린 나는 우리 단골집을 그냥 스쳐 지나갔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간 것이다. 목젖이 꿀떡 소리를 냈다. 지금 내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고 있다. 찌짐도 있고, 두부도 있고, 우리가 좋아하는 빈대떡도 있다. 이 집의 빈대떡은 종로 5가 광장시장의 빈대떡보다 더 맛있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빈대떡에 막걸리 한 병이면 30분은 룰루랄라~행복하다.

 

오십 초반의 여사장은 마음씨가 착하다. 때가 묻지 않고 순진하다. 그래서 이심전심 많이 통했다. VIP까지는 아니어도 갈 때마다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하나라도 더 주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우리의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졌다. 대선 때문이었다. 대선 이야기 끝에 내가 그동안의 정을 앞세워 문씨를 추천하자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빨갱이! 라고 하면서 자기는 죽어도 박씨라고 눈에 불을 켜는 데 하, 이래서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르구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이 집에도 사이비 보수 귀신이 왕림하셨구나!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방앗간을 가지 않았다. 빈대떡과 막걸리 맛이 도망을 가버린 것이었다. 그러다 요즘 다시 옛날로 돌아가 친하게 지낸다. 망할, 정치가 사람까지 갈라놓는다. 앞으로 한 번 더 갈라서는 일이 일어나지 싶다. 그 전에 슬그머니 다른 집으로 바꾸어야 한다. 험한 꼴을 보지 않으려면.

 

 

 

참숯 불가마

오늘의 행선지인 불가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다. 나에게 찾아온 이 스트레스를 다스리지 못하면 주저앉을 것 같다. 찌자! 내 몸을 찌자! 담배를 독하게 태우는 술집 여자들이 많이 오는 불가마, 오늘은 눈을 씻고 보아도 담배들이 보이지 않는다. 주인이 이미 여럿 바뀌었다. 가마는 정통인데, 수입이 션찮다.

 

찌자! 하고 몸을 덮는 담요와 방석을 가지고 들어갔다. 이 집 불가마에 처음 온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나, 둘, 셋, 하고 우리 두 사람은 들어갔다. 들어가 앉았는데 숨이 탁 막혔다. 하, 너무 뜨거웠다. 콧구멍 안이 타들어왔다. 이게 불가마구나! 3분도 안 돼 발바닥을 공중으로 번갈아 들어 올리며 후다닥! 후다닥! 뛰어나왔다. 아 옛날이여, 이제는 제법 시원하다. 청산리 벽계수야~하고 시조도 읊을 정도다. 이제 고수가 다 되었다. 네 번을 푹 삶고 쪘다.

 

캔맥주 두 병으로 외로움을 달래다

조용했다. 적막했다. 들려오는 저 소리는 무슨 소리이냐? 귀뚜라미? 처음이다, 혼자 이곳을 온 것은. 혼자가 된다는 것은 쓸쓸하다. 우선 캔맥주로 다스렸다. 문자로 불가마에 와 있다, 라고 하니까 그렇게 멀리 갔어요, 라는 답이 왔다. 미안하다, 혼자 와서. 아니에요. 갔으니 땀 많이 빼고 오세요. 12시 자정. 캔 두 개를 비우고 누웠다. 자는데 조금 추웠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나 혼자뿐이었다. 다들 간 모양이다. 몸을 씻고 나왔다. 가자,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일상 속으로.

 

 

 

국수역에 앉아

국수역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는데 내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기사 하나가 보였다. 전직 CIA 분석관이자 지금은 컬럼비아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수미 테리(Sue Mi Terry)가 미국의 (포린어페이즈) 7, 8월호에 기고문을 통해 올린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뉴욕타임스 16일자 칼럼으로도 게재가 되었다. 그가 쓴 기고문의 주요 내용은

 

북한은 곧 망할 것이고, 북한이 붕괴되어 한국주도로 통일이 되면 모두에게 이로울까? 라는 주제에 그는 그렇다! 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한반도 통일에 세 가지를 제시했다. 내 것을 보았나?

 

1.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한 체제 전환을 거쳐 통일이 되는 연착륙 모델

2. 북한이 무너지고 남한이 흡수통일을 하는 경착륙 모델

3. 전쟁에 의한 통일

 

그는 여기에서 1번은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을 했다. 그리고 3번은 가능성도 타당하지도 않다고 했다.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바로 2번이라고 진단을 했다. 나하고 정반대다. 내가 만든 통일 프로젝트는 어쩌면 1번과 조금 닮았다. 북한의 경제를 끌어올린 다음 문을 열자인 것이다. 아울러 그는 남한의 흡수 통일시 10년 간 8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의 비용 부담이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통일이익은 비용을 훨씬 초과할 것이다, 라고 했다. 그 점은 맞게 본 것이다. 투자보다 이익이 엄청 크다.

 

전직 CIA 분석가라는 사람이 이 정도밖에 분석이 안 되나? 미국과 한국의 극우보수들이 원하는 통일은 무력과 붕괴밖에 없다. 붕괴가 되고 무력통일이 되어야 수지맞는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착각과 함께 찾아올 그 엄청난 후 폭풍은 누가 책임을 지나?

 

 

 

전쟁은 이제 NO!

전쟁은 이제 더 이상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너무 그 대가가 크다.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그 결과는? 부시가 노린 것은 후세인이었을까? 아니다. 부시가 노린 것은 이라크가 가지고 있는 석유자원이었다. 그것을 뺏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이라크는 어떻게 되었나?

 

한마디로 지옥이 따로 없다. 후세인이 제거가 된 이라크는 종교의 이름으로 날만 새면 차량 폭탄테러로 수십 명이 죽어나간다. 아프가니스탄은? 리비아는? 그리고 시리아는? 인간의 이름으로 이 땅에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덕을 보는 것은 정치와 군산복합체이고, 죽어 나가는 것은 죄 없는 백성들뿐이다.  

 

 

미국 뉴욕의 뉴욕타임즈 신문 본사. (자료사진)

 

나도 뉴욕타임스에 내 통일 프로젝트를 싣자

국수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든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를 뉴욕타임스에 싣자. 불가능하지 않다. 서울에는 미국의 유수 신문사와 통신사가 상주해 있다. 그들을 찾아가 내 뜻을 개진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진실로 그들과 한번 겨루어 보고 싶다. 그래서 남과 북의 통일에 이익을 줄 수 있는 통일 프로젝트를 가려내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분을 떠올렸다. 그래, 그 분에게 번역을 부탁하자. 그 분이라면 충분히 내 통일 프로젝트를 영어로 옮길 수 있다. 그래, 그분에게 다시 편지를 보내자. 그 사실을 문자로 보냈더니 답이 날아왔다. 멋진 생각이네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 당신의 꿈이 달성되리라 생각합니다. 덮고 고개를 드니 용문에서 나를 태우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열차가 저 만치 보였다. 나는 가방을 들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오늘도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체 게바라가 우리에게 남긴 그 말이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

 

 

 

뒷이야기-통일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게 남과 북의 이익이었다. 어떻게 해야 남과 북에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될까? 만약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에 남과 북이 도장을 찍으면 그 다음해부터 국방예산을 줄일 수 있다. 그것도 10조 원 가량. 몸이 안 떨릴 수 없었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통일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북한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 투지비용은 통일이 되었을 때 생기는 이익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에 피다. 문제는 통일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다. 눈을 한 번 깊게 감았다 뜨면 우리 앞에 한반도 통일이 성큼 한 발 가깝게 다가와 있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통일의 그 현장으로 가야 한다! 20114627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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