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고향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다

오주관 2018. 9. 27. 10:31





고향에 가다


어제 아침 고향으로 가기 위해 우리 두 사람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서울역에 도착한 우리는 645ktx를 탔다.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좌석이 이만저만 불편하지 않았다. 앞뒤 간격이 너무 좁아 의자를 뒤로 넘길 수가 없었다. 무궁화호는 좌석도 넓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나오는데, Ktx는 실내가 더웠다. 어쨌든 2시간 조금 넘어 910분에 포항역에 도착했다. 지난 6995세로 돌아가신 어머님. 우리 두 사람은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 아버님을 조용히 뵙고 속초에 가 하루 일박하고 서울로 올라가자. 그런데 그 계획이 뒤틀려버린 것은 포항역사에서였다.

 

포항역에 도착해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내려가는데 이럴 수가...에스컬레이트 밑에 8척 장군인 이순신 장군(매제)이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이 서방이 어떻게 나와 있을까? 순간 속으로 아, 조카가 내려왔구나. 알고 보니 조카는 우리 옆칸 17호에 탄 채 내려왔다.

 

나를 본 이서방은 누이를 데리고 왔다. 할 수 없이 포항역에서 도킹한 우리 다섯 사람. 동생내외와 같이 어머님과 아버님이 계시는 산소로 갔다. 서울에서 간단하게 준비해간 전과 사과 그리고 어머님이 가끔 한잔씩 드신 쌀막걸리 한병을 놓고 차례로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노랑나비와 흰나비 한 마리가 언제 나타났는지 무덤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누이도 매제도 집사람도 나도 놀랐다. 누이와 매제가 아버님과 어머님이시다. 나 역시 직감적으로 , 아버님과 어머님이시구나노랑나비 흰나비 한 쌍이 몸을 바짝 붙인 채 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었다. 집사람에게 여보, 빨리 찍어라. 나는 누이 차에 가방을 놓고 오는 바람에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았다. 집사람의 핸드폰은 꺼져 있어 다시 켜 찍기 시작했을 때는 제법 시간이 지나 있었다. 누이도 찍었다.






 

아이구, 우리 아들과 며느리가 왔네~ 그리고 우리 막내와 이서방도 왔고~’

 

그렇게 무덤 위에서 춤을 추던 나비는 잠시 후 하늘 위로 연기처럼 사라져 가버렸다. 그 나비 한쌍은 분명 아버님과 어머님이었다.



 

저녁을 먹고 북부해수욕장에 산책을 나온 우리는 낮에 산소에서 본 그 광경을 이야기했다. 네 사람 모두 무덤에서 나비를 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두 분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리고 효와, 효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낮에 산소에서 본 한 쌍의 나비 모습은 생전의 아버지 어미님이 기뻐하시던 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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