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인가 삼일인가 뉴스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서귀포 바다에서 여자시신 발견.
어부가 발견해 해경에 신고.
해경이 시신을 수습.
신원은 27세, 청주에서 온 아가씨,
청주에서 이미 실종신고가 된 사람.
오늘 아침 쇠소깍으로 갈까 하다 7코스를 선택했다.
그 장소에 가보기로 했다.
며칠 전 더운 그 날,
두 시간 후 그 장소에 도착했다.
법환포구 방파제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시선을 한 곳에 집중했다.
여자 한 사람이 바위 끝에 앉아 있었다.
낚시꾼도 가기 힘든 장소였다.
그 바위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순간 내 마음이 불편했다.
감정이 어두웠다.
설마, 하고 나는 강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쭉 이어진 끝 바위였다.
오늘 29일 서귀포는 한 때 폭우가 쏟아졌다.
저 곳에 도착했을 때가 12시 30분이었다.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그 날,
강정에서 점심을 먹고 해녀체험장에 와
그늘이 진 곳에 앉아
책을 읽었다.
1시간 정도 책을 본 나는 바닷가 쉼터에서 가방을 베고
낮잠을 잤다.
눕는 곳이 내가 자는 곳이다.
땡볕에 걷고, 명상을 하고, 책도 보고,
바다를 상대로 멍을 때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가방을 메고 집으로 향했다.
5시가 넘어 있었다.
그 장소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가씨가 아직 그 바위에 앉아 있었다.
벌써 몇 시간째인가?
아가씨를 보는 순간 느낌이 쎄했다.
가볼까?
가서 이야기를 해볼까?
순간 간다, 안 간다가 싸웠다.
돌아섰다.
5시, 6시, 7시,
그리고 그 아가씨는 그 바다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27세.
그녀는 왜 이곳 제주도 서귀포에서 삶을 마감했을까?
이곳 제주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어야지,
왜 이곳 바닷가에서 삶의 마침표를 찍었을까?
어제 본 뉴스.
미국 헐리우드 영화제작자인 억만장자가
자신의 아파트 17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코로나19로 격리생활이 길어지자 우울증이 덮쳤고
그 우울증에 저항 대신 항복을 선언하고 17층에서 떨어져
삶의 마침표를 찍었다.
오늘 그 장소를 바라보면서
내가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만약 그 날 그 장소에 가서 그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그녀의
운명은 바뀌었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경험을 두 번 가지고 있다.
그 날,
어두운 감정과 쎄한 느낌을 뒤로한 채 나는 강정으로 갔고,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아가씨를 다시 발견하고도
그 장소에 가지 못 한 그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쏟아지는 비는 27년을 살고 떠난 그녀의 통곡일지 모른다.
신발도 젖었고, 바지도 젖었다.
나는 걸음을 멈춘 채 잠시 망부석이 되어 있었다.
운명이란 무엇일까?
만날 사람은 만나고,
살 사람은 살고,
갈 사람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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