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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도 폭염 속을 걷다

8월 1일 화요일 오늘 서귀포의 낮 기온이 32도로 나와 있다. 11시 50분쯤, 전력소비가 심했는지 전기가 잠깐 나갔었다. 12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왔다. 덥다고 가야 할 길을 안 갈 수가 없다. 여름은 덥다. 그리고 여름 한가운데 폭염도 있다. 걷는다. 나에게 있어 걷는 것은 참선이다. 차를 타면 몇 가지를 놓친다. 주변 풍경을 놓친다. 내 내면의 세계를 보지 못 한다. 그리고 사고의 지평이 넓게 열리지 않는다. 극한에서 오는 고통, 그 고통 끝에 잡고 있는 것이 내 화두이기도 하다.

단상 2023.08.01

그렇게 또 한 사람이 떠나다

지난 5월 어느 토요일, 우리 두 사람은 올레 7코스 법환포구를 가기 위해 걷고 있었다.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지금 걷고 있는 게 선생님 맞으시지요?" "네, 맞습니다." "네. 제가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다 선생님을 보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네." "선생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네, 선생님도 안전 운전하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7월 초, 자구리에서 공부방을 하고 있는 그 선생님은 그즈음 고열과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다녔다. 하지만 낫지 않았다. 그런 어느 날 동료 선생님이 그 선생님의 뒷목을 보고 말했다 "선생님 목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서귀의료원에 한 번 가보세요?" 그 날 서귀의료원에 갔지만 원인을 찾지 못 했다. 혈압도 ..

사색 2023.07.17

건강

건강은 행복이다 긴 장마 끝에 찾아온 맑은 날씨. 한나절 만에 습하고 축축하고 곰팡이가 낀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이나 중부지방은 블볕더위와 싸우고 있지만 이곳 제주도는 아직은 크게 덥지 않다. 일단 완전무장을 하고 집을 나왔다. 얼굴을 가리고, 선글라스까지 꼈다. 어제의 경험을 되새기며 오늘은 버스 정류장마다 쉬었다. 어제는 안 쉬고 도서관까지 가는 바람에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콤포즈에서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온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밖은 맑은데, 나는 흐려 있다. 안경을 안 가지고 온 것이다. 당달봉사다. 나는 생각하는 로댕이 되어 있다. 1. 볼 수 있다는 것 2. 말할 수 있다는 것 3. 걸을 수 있다는 것 4. 먹을 수 있다는 것 5.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 이상 ..

건강 2023.07.05

8, 900Km를 걷다-매제를 생각하며

깨달음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좌선이고, 다른 하나는 경행이라고 했다. 좌선은 앉아서 하는 참선을 말하고, 경행은 걸으면서 하는 참선을 말한다. 나는 걸으면서 참선을 한다. 지난 6월 12일 오전, 포항의 막내누이로부터 매제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그 전날 밤 누이가 포항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야야, 아침에 출근을 한 니 형부가 11시가 되어도 안 들어오고 있다." "뭐라고? 그럼 형부한테 빨리 전화해봐라?" "전화해도 안 받는다." 그 시간의 매제는 119에 실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사인은 뇌진탕이었다. 내 매제는 적이 없는 사람이다. 늘 밝고 맑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비록 지난 몇 년 만나지는 못해도 ..

사색 2023.06.26

신서방, 그렇게 가다

6월 12일 월요일 탄생은 시간이 있지만 죽음은 시간이 없다.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가방을 메고 중산간도로를 1시간 정도 걸어 콤포즈에 도착해 핸드폰을 켜니 집사람으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내 전화기는 무음이라 와도 받지 못한다. 포항의 막내누이가 나에게 전화를 여러 번 한 모양이다. 내가 안 받으니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연락 좀 주세요, 응급상황입니다. 부산의 신서방이...." 부산의 신서방이? 아차 싶었다. 나는 그제야 포항의 막내에게 전화를 했다. 누이가 말했다. "부산의 형부가 넘어져 뇌를 크게 다쳐 지금 병원에 있다. 나는 지금 부산으로 간다." 6월 13일 화요일 "오빠야, 왜 폰을 안 받노, 형부 돌아가셨다." 그 시간의 나는 ..

사색 2023.06.19

31일, 서울 치과병원에 가다

31일, 나는 다시 지옥을 구경했다 31일 새벽 5시에 일어난 나는 전날 밤 만들어놓은 당근사과주스를 한잔 마시고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사람이 차로 데려다 드릴까요? 아니 혼자 갈게. 중앙로터리에서 성판으로 해서 제주공항으로 가는 첫차가 6시 8분이다. 우산을 썼지만 비를 쫄딱 맞고 도착했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씩 비가 내리곤 한다. 8시 40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 김포에 도착하자 10시 10분이었다. 연착을 한 것이었다. 서울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팀장과 두 번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도착시간을 수정했다. 처음에는 오후 두 시로 잡았다가 11시로 수정했다. 그런데 11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다시 11시 30분으로 수정했다. 9호선을 타고 신논현역에서 강남으로 가..

건강 2023.06.01

건강하려면 채식을 하라

유행을 넘어 생활로 자리 잡은 '채식'. ⓒ 프라임경제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동물들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덩치가 큰 동물들은 육식동물이 아니라 초식동물이다. 초원의 풀을 먹고 사는 코끼리, 코뿔소, 고릴라, 황소, 말 등이다. 이들의 먹이는 고기가 아닌 풀이다. 사람도 자연계의 일부로서 이런 원칙에는 차이가 없다. 윔블던 9회 우승의 테니스 여왕 나브라틸로바, 올림픽 육상 9관왕 칼 루이스, 복싱계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 야구 홈런왕 행크 아론, 철인 3종 경기 6관왕 데이브 스캇, 무려 2000km를 달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울트라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콧 주렉 등은 채식주의자들이다. 그리고 최근까지 활약한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데이비드 헤이(David Haye), 여자 테니스 챔피언 비..

채식 2023.05.19

사라진 그녀

비를 타고 온 그녀 4월 29일 토요일 아침 11시, 동네 콤포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창밖은 세우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와 기압 탓일까? 실내는 마치 산사에 온 듯 고즈넉했다. 커피 잔을 내려놓자 가느다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김을 바라보다 조금 전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티스토리는 전과 동이다. 오늘 아침 주인 없는 그녀의 방에서 글을 몇 편 읽었다. 온기는 없지만 글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마치 그녀를 보는 듯했다. 그녀의 글은 커피 맛처럼 구수한 맛과 쓴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왜 블로그에서 사라졌을까? 왜 활동을 하지 않을까? 그녀의 마지막 글을 보니 2020년 8월 31일로 되어 있다. 나는 오늘 아침 그녀의 글 다섯 편을 읽었다. 그리고 늦게나마 좋아요를 눌렀다. 내..

단상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