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파주 통일 전망대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생각하다

오주관 2010. 1. 18. 19:36

 

지난 밤에는 잠을 자지 못했다.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밥을 두 번 먹었다.

지난 6개월 고기를 끊어서 허기가 졌나.

현미와 야채만 먹어 속이 골았나.

그럴 리가.

잠이 안 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압력솥에 콩을 삶았다.

다시 밝아온 아침.

인천의 민들레 국수집이 나왔다.

그래, 저렇게 살아야 해.

뭐니뭐니해도 도와주는 삶이 가장 행복해.

맞아요.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게 배고픔일 것이다.

그 배고픔을 들어주고 있는 천사의 얼굴이 너무 밝고 맑다.

그리고 민들레 국수집을 남모르게 후원해주고 있는 이름 모를 주인공들 역시 천사임에 분명하다.

도와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OJOSAN PROJECT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실질적 방안 

 

2012 DMZ PROJECT

 

그 이상하네.

왜요?

내가 그 두 편을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다.

무슨 두 편 말이에요.

통일 프로젝트

아, 네. 왜요?

두 편은 미친 듯이 썼는데 마지막 편이 잘 안 써진다.

그렇다면 갔다 오세요.

어디에?

판문점에.

판문점에 들어갈 수가 있나?

한번 검색해보세요.

검색해봤다.

민통선 안에는 6개월 전에 신청을 해야 들어갈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럼 통일전망대라도 다녀오세요.

두 군데지.

파주와 고성.

그래, 파주 통일전망대에 갔다 와야겠다.

 

지하철역에서 헤어졌다.

나는 의정부로 옆지기는 2호선으로.

의정부 시외터미널에서 금촌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인터넷를 검색한 결과 그렇게 나왔다.

서울 합정역으로 갔으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알아야 면장을 하지.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금촌.

삐까뻔쩍했다.

휴전선 아래 가장 화려한 도시가 아닐까.

금촌역 앞에서 1-3번 버스를 타고 내린 곳.

셔틀버스가 있는데 나는 눈밭을 헤집고 걸어걸어 올라갔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남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잘도 올라가는데.

4킬로미터를 걸은 것 같다.

숨이 들쑥날쑥.

땀이 비오듯했다.

마침내 도착한 통일전망대.

 

 

 

 

 

이 길 옆에는 눈이 다 치워진 셔틀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있었다. 나 혼자 이 길을 걸었다.

 

 

 

 

 

 1-3버스에서 내려 족히 4킬로 정도 걸은 것 같다. 이곳에 오기 전 다른 곳으로 한참 헤매다 다시 산을 내려와 물어물어 찾은 도로. 그 도로의 끝에 공장과 문을 닫은 카페만 있었다. 공장에서는 며칠을 굶은 듯한 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무지막지 짖었다. 저 놈의 개가 미쳤나! 목줄을 달고 있는 개에게, 얻어터지기 전에 입 닫어! 끄으응~. 내가 어린시절 미친개에게 물려 호랑이 고기를 먹고 살아난 사람이야, 알아! 끄으응~  하고 금방 꼬리를 내렸다. 나는 개를 잠재우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결국 꼬리를 흔들면서 내 존재를 알아주는 개를 뒤로 하고 그 언덕길을 내려왔다. 다시 찾은 도로.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입구 중앙에 자리잡은 고당 조만식 선생. 남들보다 조금만 앞서 가면 어떻게 될까? 무시하거나 아니면 죽음이다. 시대를 앞서 간 조만식 선생. 그 죄뿐이다

 

 

 

 

 

드디어 내 눈으로 바라본 이북. 바로 앞에 희뿌옇게 보이는 바로 저곳이 이북이란다. 강이 얼어 있어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불과 4킬로도 안 되어 보였다. 전율이 왔다. 가슴에 동계가 왔다. 내 머릿속이 윙! 하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옳지! 칼라펄한 그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 통일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 다시 각론이다. 그 누구도 설계를 변경시킬 수 없는 완벽한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

 

 

 

  

 

왼쪽은 김포라고 한다. 김포와 이북은 이마를 맞대고 있다. 날 좋은 날 포대경으로 보면 언 강에 오줌을 갈기는 병사의 꼬치도 보일 만큼 지척이다. 너무 가까워 너무 먼 곳

 

 

 

 

 

우리쪽 군부대. 강이 얼어 있었다. 그리고 강 바닥이 전부 일어나 화를 내고 있었다. 마치 빙하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빙하는 아니었다. 어쨌든 그림 하나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통일전망대. 관광객이 많지는 않았다. 일본에서 온 관광객과 중국에서 온 관관객들이 보였다. 너무 흥분을 해 커피 한잔 먹는 걸 잊어먹었다. 내 눈으로 이북을 본 최초의 날이다. 그러니 흥분을 안 할 수가

 

 

 

 

 

저 두 물이 만나는 저곳에서 남한 병사들과 이북 병사들이 나와 축구시합을 했으면. 주일마다 돼지 한 마리를 걸고. 소주와 막걸리도 걸고. 결코 멀지 않았다. 지척이었다

 

 

 

  

 

그곳 식당에서 먹은 느릅나무 냉면. 식초를 듬뿍 치고 나니 빙초산이 떠올랐다. 좋다 말았다. 중국집과 냉면집 그리고 음식집에서 내놓는 식초의 대부분이 빙초산이란다. 망할! 너무 많이 넣어 배가 약간 아프다 지금까지. 가져 간 콩고구마도 함께 먹었다. 삶은 계란은 빼고 면만 먹었다. 느릅나무 냉면은 처음이었다. 통일이 되면 이북에서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면서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뒷이야기- 지금 정치권이 시끄럽다. 세종시를 놓고 여당 안에서도 싸우고 야당과도 싸우고 충청도와도 싸우고 있다.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로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정 운찬 국무총리는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종시는 유령도시로 거덜난다고 이제 협박과 공갈을 서슴지 않고 있다. 나라의 주인공들은 세종시를 놓고 서로 상대방의 뺨을 때리며 니 죽고 나 살자! 라고 야단들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변방의 듣보잡이인 나는 오늘 파주 통일 전망대에서 한반도의 통일과 싸웠다. 아! 저 철조망만 걷어내면 된다. 통일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통일은 어려운 주제가 아니다. 우리 생각과 저들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면 통일은 되는 것이다. 내가 만약 오늘 고성 쪽을 갔으면 한 생각을 못 얻었을지도 모른다. 이북은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저곳으로 저벅저벅 걸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철조망만 넘으면 이북이요 남한이다. 그래, 총 한 방 쏘지 않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저 울타리를 걷어내어야 한다. 나는 전망대의 난간에 걸터앉아 얼어 있는 임진강 너머의 이북을 바라보았다. 조만식 선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무력은 아니다. 흡수도 아니다. 있다면 남한과 북한이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저 철조망을 걷어내어야 한다. 내 통일 프로젝트-3은 남한도 북한도 거역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나는 통일 프로젝트를 내 손으로 완성시켜 한반도의 통일에 일조를 하고 싶다. 찌질이들이 세종시를 놓고 대갈통이 터지도록 싸우든말든. 소탐대실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비우면 채울 수 있고, 비우면 세상이 또한 보인다. 오늘 나는 그곳에서 확실한 답을 하나 얻어 내려왔다. 2010118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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