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2, 350Km에서 이 세상을 보다

오주관 2020. 9. 16. 17:10

파괴하고 혁신하는 일

 

그 해 12월 겨울, 배낭 하나를 메고 서울에서 포항까지 78일 동안 걸어간 일이 있다. 하루에 4, 50Km씩 걸었다. 찜질방에서 일어나 몸을 씻고는 가까운 분식집을 찾아 들어간다. 김밥 하나를 시켜 먹고는 배낭 속의 식초를 꺼내 물과 51로 섞어 마신다. 공짜 믹스커피가 있으면 한잔 마신다. 그리고는 배낭을 메고 걷는다. 20Km를 걸은 뒤 식당에 들어가 가장 싼 음식을 먹은 다음 믹스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다시 걷는다. 중간에 초콜릿을 하나 먹고는 해가 질 때까지 걷는다.

 

육체가 힘이 들면 정신은 개운하다. 육체가 힘이 들지 않으면 정신은 무겁다. 하루 종일 앞만 보고 걷는다. 고행이지만 즐거움도 있다. 사이사이 위험도 뒤따른다. 정신일도가 필요하다. 터널이 그렇고 얼음이 얼어 있는 다리 위와 좁은 인도가 그렇다. 걸을 때의 철칙은 항상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들을 보면서 걷는다. 등 뒤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곳 제주도 올레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길로 걷기

 

어제 아침 9시에 집을 나온 나는 여느 날과 다른 코스로 걸었다. 중문으로 가는 길이 여럿 있다. 그 중에 서귀포여고로 가는 길이 있고 서귀포여중으로 가는 길이 있다. 지금까지는 서귀포여고로 가는 길을 걸었다. 2차선이고 인도도 좁다. 딱 한 번 몸을 부르르 떤 일이 있었다. 맞은편의 2톤 트럭이 미친 듯이 도로 경계선 쪽으로 붙어 가지 않고 내 쪽으로 바짝 붙여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몸을 피했으니 망정이지 안 피했으면 트럭과 부딪칠 뻔했다. 저 얼빵이를 봤나? 술이 덜 깼거나 잠깐 졸았지 싶다. 정신을 놓을 수 없는 부류들이 또 있다. 폭탄 하나를 싣고 다니는 허씨와 하씨, 그리고 오씨와 호씨들이 그 주인공이다. 렌트한 차들의 107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만 몇 번 밟아본 아마추어 젊은이다.

 

 

서귀포여중으로 가는 그 길은 안전했다. 왕복 6차선이라 고속도로처럼 차들이 죽을힘을 다해 빼고 있었지만, 구분이 되어 있는 인도는 넓어 허씨 오씨 하씨 호씨 등등으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있었다. 비록 바다는 볼 수 없지만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걸으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 나는 아직까지 허리가 아파 죽겠다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을 보면 젊은 연예인들이 종종 허리가 아파 죽겠다는 소리를 하곤 한다. 운동이 부족해서다. 옆 마을을 가도 차를 타고 간다. 온종일 차를 타다 보니 걷는 일이 별로 없다. 우리의 신체구조는 걷고 운동을 해야 척추가 튼튼해진다. 오죽하면 약보다는 밥이요 밥보다는 운동이다. 라고 허준선생은 말했다. 우리가 차를 버린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집사람이 운전을 하는 차를 타면 타는 그 순간부터 내리는 그 시간까지 내 정신과 몸이 얼어붙곤 했다. 명대로 못 살 것 같았다. 벤츠가 아니라 벤츠 할애비도 싫다.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자. 버렸다. 걷띠인 나를 보고 집사람은 가끔씩 말한다.

 

당신은 아마 백 살까지 살 것입니다.”

 

 

백세까지의 삶은 다가왔다  

 

어제 강정에서 집으로 오는 그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백세까지 살겠구나. 하루에 한 번씩 팔 굽혀 펴기를 스물다섯 번을 해도 거뜬하다. 거인 빌 게이츠를 봐도 첩첩이요 이제는 물러난 노론소론의 대표이자 영의정까지 지낸 이 대감을 봐도 첩첩이었다. 나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음식과 불로초를 많이 먹었을 텐데 몸은 서리를 맞은 무 꼴이었다. 얼굴이 쭈굴대감이다. 그러다 배우 김영철 씨를 보면 힘이 난다. 청바지를 입고 오늘도 전국의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 그는 빌 게이츠와 이 대감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젊은 청춘이다. 잠은 대궐에서 자도 밥은 거지 같이 먹어야 한다. 내가 건강한 것은 식과 운동 때문이다. 나는 아직까지 나 같이 걷는 사람을 보지 못 했다. 나는 아직까지 나 같이 먹는 사람을 보지 못 했다. 한편으로 섭섭하다. 나만 그렇게 살면 뭣하나? 집사람과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무병장수로 살아야지. 맞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조헬스케어를 만들었다

 

 

파괴와 혁명은 무엇일까?

 

파괴는 무엇이고, 혁명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질서를 뒤집는 것이고, 정상에 우뚝 서 있는 바를 정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파괴와 혁명은 안티가 아니다. 정답이라고 믿고 있는 그것을 뒤집어엎은 뒤 새로운 그 무엇을 정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어제까지 2,350Km를 걸으면서 나는 파괴와 혁신을 생각했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바를 정을 뒤집고, 새로운 정을 선보이기 위해 나는 물론이고 이 세상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어젯밤 잠자리에서 집사람에게 말했다. 만약 투자자가 내 글을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에게 투자를 할 것이다.

 

이 사람이라면, 따지지도 말고 묻지도 말고, 바로 투자를 한다.”

그러게요.”

걸으면 이 세상이 다 보인다.”

책은요?”

책은 길을 밝히는 빛이고, 길은 내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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