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도서관에서 책에 빠지다

오주관 2021. 3. 17. 04:38

 

어제는 7코스를 걸었다.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친 그 끝에 허리디스크가 온 모양이다. 손으로 척추를 만져보면 밑에서 4번째 뼈가 좀 튀어나왔다. 아차하는 순간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진 게 속이 좀 상하다. 그 때 충격을 받아 척추 3, 4번이 튀어나온 모양이다. 이제 더 이상의 치료는 없을 것 같다. 디스크에 좋은 운동은 걷기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하늘 쳐다보기, 허리를 쭉 뒤로 펴라는 이야기다.  

 

걷는 건 타고났다. 어제 아침 아침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어느 배우가 쏘팔쏘팔, 하며 약광고를 하고 있었다. 전립선과 소변 그리고 서지 않는 빳다를 세우는데는 다시 없이 이 약이 좋다는 그런 광고였다. 내가 그랬다.

 

"나는 전립선에는 이상 무다. 소변이 나아가라 폭포다."

"당신은 아마 채식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집사람과 헤어진 나는 배낭을 메고 7코스 강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다보면 코카콜라 대리점에 있는 개를 요즘 자주 본다. 한 놈은 엄마이고 다른 한 놈은 자식이다. 자식이 너무 커 이제 구분이 안 된다. 어릴 때 그 앞을 지나가면 도로 건너편의 나에게 오려고 어미와 새끼가 몸부림을 친다. 중상간도로인 그 도로는 고속도로나 마찬가지다. 차들이 죽으라고 내빼고 있는 도로를 건너면 큰일 난다. 나는 손으로 건너오지 말라고 삿대질을 한다. 다 큰 개가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목줄을 걸어놓았다. 그동안 두어 달 보지 못 해 까먹었는지 나를 향해 막 짖었다. 저런 축구등신이 있나?  

 

 

2020년과 2021년의 풍속도는 마스크를 빼면 이야기가 안 된다. 전 세계 풍속도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리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알아야 한다. 코로나19는 인재다. 우리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인 양 그동안 너무 많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치면서 자연을 훼손시켜왔다. 성경이 틀렸다. 고쳐야 한다. 이 지구는 우리 인간이 주인이 아니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주인이다. 자연, 인간, 동물, 식물, 어패류 등등이. 그들의 무대와 쉼터를 훼손시켜 일어난 인재다. 

 

 

어제는 서귀포여고로 돌아왔다. 배낭 속에 넣어온 책을 읽기 위해. 고개를 넘어오면 제일 먼저 예술의 전당이 나온다. 코로나 때문에 문은 작년부터 굳게 닫혀 있다. 코로나19가 지구의 주인이다.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이 우리 이웃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다행히 이곳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는 많이 나은 편이다. 그래도 마스크는 항상 끼고 다닌다. 

 

 

제주도는 어디를 가도 그림이다.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지역은 없다. 서울보다 더 아름답다. 그래서 제2공항이 남의 일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결론은 성산포에 공항을 지으면 안 된다. 인구 백 만도 안 되는 제주도에 공항이 둘 생기면 무슨 이익이 있고 불이익이 생기나? 제주도는 더이상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치면 안 된다. 식당에 문이 두 개 있다고 손님이 더 오나? 더 오면? 그래서 그들이 싸질러놓는 똥오줌은 어떻게 하려고. 지금도 오수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6코스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 부근에서 심한 똥냄새를 맡을 때가 있다. 어느 날 바다를 보면 황토 색깔 같은 똥이 바다로 콸콸 내려가고 있다.

 

제주도의 특색과 특징은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이 제일 큰 자랑이자 자산이다. 이곳 제주도가 투기꾼과 건설사들의 아지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강정의 그 아름다운 구럼비를 시멘트로 덮고 들어선 해군기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군사기지가 되어 있나? 해군기지가 들어서서 강정지역에 무슨 이익이 생겼나? 지역 주민들만 둘로 갈라놓고 말았다. 

 

 

두 시간을 책에 투자했다. 열흘 동안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뇌의 운동은 책밖에 없다. 몸은 걷기와 팔굽혀펴기로 단련을 하고, 지식과 정보는 책으로 얻어야 한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는데 전화가 네 군데서 왔다. 나는 전화가 걸려오면 잘 안 받는다. 특히 낯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십중팔구 안 받는다. 사기꾼 이명박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걸려온 두 통의 전화는 고향 후배였다. 친한 후배이다. 그런데도 받지 않았다.

 

그 해 겨울, 서울에서 배낭을 메고 포항까지 7박 8일 동안 걸어 안강에 갔을 때 후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서 우리 두 사람은 포항 북북해수욕장까지 걸었다. 새카맣게 탄 내 얼굴. 북부해수욕장에서 우리 두 사람은 만세를 불렀다. 그 때 나와 걸은 그 후배였다. 그리고 고향에서 도서관사업을 할 때 열정적으로 일을 같이 한 후배이기도 하다. 

 

"규야, 미안하다. 네 전화를 받지 않은 형의 마음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마지막 파이팅을 하고 있다. 내 에너지를 다 쏟아 내가 만든  프로젝트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를 통째로 바꾸고 싶다. 그 꿈을 이루는 그 날까지 사람들을 잘 안 만날 것이다. 그 기간이 짧으면 7년이고 길면 10년이다. 혹시 고향에 내가 아는 어느 누가 상이라도 당했나? 어쨌든 이 글을 보면 네가 이해해라. 너를 포함해 고향의 후배들을 만나는 그 날이 올 것이다. 규야, 그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라."

 

책을 다읽고 도서관을 나가기 전 팔굽혀펴기를 3회 100번 했다. 건강이 재산이다. 우뚝 서는 그 날까지 건강해야 한다. 건강이 무너지면 나의 전부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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