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 이곳 상계동으로 이사를 왔다.
밤마다 우리 두 사람은 이곳 수락산으로 운동을 온다.
바로 이 장소에서 맨손체조도 하고 물구나무 서기도 한다.
그리고 금요일 밤에는 막걸리 두 병을 사들고 와 하루의 피곤을 푼다.
자, 한 잔 마십시다.
며칠 전에는 허공에 대고 야 이 아무꺼시야~ 야 이 아무꺼시야~
하고 소리를 쳤지만 그 아무꺼시는 영영 대답이 없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내 메아리가 가 닿았나?
그 아무꺼시가 어제 내 시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렇게 속삭였다.
조금만 기다리소.
조금만~
저기 몸을 눕혀 뒤로 돌리면 무거운 머리가 땅에 닿는다.
잠시 후 손을 놓으면 몸을 들어올려 평행을 유지하거나 머리 쪽으로 약간 기우는데
옆지기는 손만 놓으면 다리 쪽으로 무게가 이동을 한다.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머리가 땅으로 향하는데 옆지기는 손만 놓으면 다리가 땅 쪽으로 향한다.
서로 본인이 정답이라고 우기고 있다.
나는 머리와 내장이 무겁다고 하고, 옆지기는 다리가 무겁다고 한다.
정답은...
어쨌거나 운동이 끝나면 평상에 드러누워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달을 보면서 하루를 씻는다.
잠이 오면 잠시 눈을 붙인다.
개울 쪽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졸졸졸~
내려오다 다시 한 번 쉬는 곳.
벤치에 앉아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는다.
식당에 손님이 없다.
불만 켜진 빈 식당에는 수락산의 찬 바람만 불뿐이다.
뒷이야기-우리의 마지막 아지트는 어디일까. 아파트가 아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우물도 하나 있고, 집 안에 낚시를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저수지도 하나 있고, 사계절 채소를 심어 먹을 수 있는 텃밭도 있고, 그리고 손님이 오면 술 안주로 내놓을 수 있게 닭도 백여 마리 정도 키울 수 있고, 난방은 불을 때는 재래식 아궁이를 가진 집이었으면 하고 가끔씩 그리곤 한다. 백 살까지 살면 꿈이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 그 때까지 밤만 되면 우리 두 사람은 수락산으로 밤소풍을 나갈 것이다. 201254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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