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43

일요일, 치유의 숲에 가다

치유의 숲에 가다 "오늘은 땡볕보다는 나무가 있는 숲으로 가봅시다." 아침에 집사람이 말했다. "그럼 치유의 숲으로 가자." "좋지요." "가서 치유도 하고 힐링도 하자." 물 두 병, 8개짜리 쑥찰떡 하나를 배낭에 넣은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 갔다. 아직도 대선의 후유증이 우리 두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그는 범법자다. 그래서 가슴 한가운데 묵직한 돌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망하는데 부주를 한 그들 중 그도 있다. 광어도 아니고 가짜미도 아닌 미주구리. 어떻게 잡은 정권인데 한번도 못 넘기고 바로 넘기나? 속이 터져도 100번 더 터질 일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믿은 내 책임도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잘 할 줄 알..

풍경 2022.04.19

4코스, 표선해수욕장에서 남원포구까지 걷다

계속 걷는다 아침은 저렇게, 그리고 점심도 저렇게 먹는다. 17년째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막 먹어도 건강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도 건강에 푸른 신호등이 켜진 사람을 보면 신을 생각한다. 공평하다. 나는 하루만 이상한 음식을 먹으면 바로 신호가 온다. 채식에 적당이라는 말은 없다. 오늘 하루만 통닭을 먹고 피자를 먹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내일부터 채식을 다시 시작한다. 라는 게 없다. 나의 경우 하루만 이상하게 먹으면 혈압이 뛴다. 저렇게 먹으면 맛이 있나? 맛이 있다. 담백하다. 간이 없고 조미료가 없는 음식이기 때문에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면서 맛있게 먹는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태우고, 노름도 안 하고, 바람도 안 피우고,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사는 ..

풍경 2022.04.13

오늘 21코스를 걷다

오늘은 21코스를 걸었다 어제 우리 두 사람은 6코스를 걸었다. 6코스 쇠소깍에서 며칠 전 변호사인 조카가 카톡으로 선물을 한 케익을 사용하기 위해 들어갔다. 집사람이 당신 가방에 커피를 넣어 다닐 텀블러를 하나 삽시다. 그럴까. 우리는 케익을 먹지 않는다. 텀블러를 하나 샀고, 커피 두 잔을 시켰다. 해외에 나가지 못 한 젊은이들이 다시 제주로 오고 있다. 오랜만에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보목항에 도착해 잠시 쉬고 있는데 집사람이 말했다. "내일 아침 비행기가 만 원에 나와 있는데 집에 갔다 올까요?" 어제의 계획은 윗세오름에 가기로 했다. 수정이다. "집에 가서 보일러도 외출로 바꾸고." 12월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난방모드로 해놓고 내려왔다. 이제 외출모드로 바꾸어도..

풍경 2022.01.31

어제 21코스를 걷다

21코스를 걷다 어제 처음으로 21코스인 해녀박물관에서 종달리까지 걸었다. 올레길을 그렇게 걸었지만 21코스는 처음이었다. 배낭에 물 하나와 귤 두 개가 전부였다. 해녀박물관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 내려가면 바다가 나온다. 좌로 가면 김녕해수욕장까지 가는 20코스이고, 우로 가면 21코스 종달리까지이다. 시작은 상쾌했다. 하지만 잠시 후 불어오는 강풍에 몸이 추웠고, 머리가 차가웠다. 제주가 우리나라의 남쪽이고 아열대지역이라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너무 만만하게 봤다. 나만 옷이 부실했고, 모자는 바람을 막지 못 했다. 믿는 건 걸으면서 열을 발산시켜 몸을 덥게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열이 많은 사람이다. 겨울에도 땀을 흘린다. 부지런히 걷자. 21코스는 코스거리가 비교적 짧다. 11Km 정도밖에 안 되..

풍경 2022.01.07

4코스 표선에서 남원포구까지 걷다

어제 남원포구에서 바라본 노을 떠오르는 일출도 아름답지만, 지는 노을도 저렇게 아름답다. 저렇게 져야 한다. 표선해수욕장 4코스의 시작은 이곳이다. 어제는 밀물이라 물이 제법 들어와 있었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용천수 4코스를 많이 걸었어도 바닷가에 용천수가 솟는 건 어제 처음 보았다. 장관이었다. 축양장에서 내보내는 오폐수가 아니라 한라산에서 내려온 용천수였다. 가방에 귤 두 개와 삼다수 하나 표선해수욕장에서 남원포구까지 총 19Km. 저 코스에서 나는 많은 걸 얻곤 한다. 몸은 힘이 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얻는다. 사색, 명상, 구도,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설계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옷을 가볍게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더웠다. 쉴 때마다 햇빛에 점퍼를 말려가면서 갔다. 귤 두 개가 전부라,..

풍경 2021.12.23

도서관과 걷기

하루는 도서관, 하루는 걷기 요즘 내 일상을 소개하면 하루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하루는 올레길을 걷는다. 며칠 전에 올레길을 걷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지러웠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를 떠올렸다. 1, 2차까지 맞았는데 혹시? 어지럽나? 내 동선이라야 정해져 있다. 도서관, 마트, 올레길. 코로나19가 너무 길게 간다. 옆구리가 아파 물리치료를 2주 정도 받았는데, 잘못 되었나? 그럴리... 만무. 마스크를 철통같이 끼고 받았는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며칠 잠을 못 잤다. 비몽사몽이었다. 하루는 못 자고 그 다음 날은 자고, 그런 식으로 두 번 진행된 끝에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잠을 못 자는데 이길 장사는 없다. 내 몸도 흔들리고 지구도 흔들린다. 병원에 갔다. 밤에 식은땀이 ..

풍경 2021.12.11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 한달 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지난 해 12월 눈길을 걷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그 후유증인가?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시끈했다. 며칠이 지나자 아픈 부위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 허리였다. 재발했나? 그러다가 어젯밤 잠을 자면서 아픈 부위가 드러났다. 왼쪽 갈비뼈 바로 밑이었다.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요로가 나왔고, 신장이 나왔고, 췌장이 나왔고, 위암까지 나왔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패혈증까지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니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 병원에 가봐야겠다." "가보세요." 아침에 서귀의료원에 전화를 했다. 토요일이라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연륜이 있는 내과를 찾아야 한다. 작년에 독감주사를 맞은 내과..

풍경 2021.11.13

한라산에 오르다

한라산을 오르다 어제 9월 19일 일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난 나는 배낭에 바람막이 옷과 물 두 병, 점심으로 먹을 빵 하나를 넣고 집을 나왔다. 달달한 믹서커피를 넣지 않은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 어디에도 자판기는 없었다. 집사람은 토요일 아침 2년만에 어머니를 뵈려 서울에 올라갔다. 나하고 2차 접종을 마친지 4주가 되었고, 장모님도 이미 2차접종을 마친 상태라 올라가보라고 했다. 나는 이 기회에 한라산에 올라갈 생각이다. 좋은 생각입니다. 걸음이 느린 당신하고 둘이 오르기에는 벅차고. 한라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두 곳이다. 성판악이 있고, 다른 하나는 제주에서 오르는 관음사이다. 관음사는 5Km 정도이고, 이곳 성판악에서 한라산까지는 10Km 정도 된다. 관음사는 거리는 짧아도 경사가 너무 ..

풍경 2021.09.20

3, 2, 1, 그리고 9코스를 걷다

걸을 수 있다는 그 행복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다. 4주면 홈페이지가 완성이 된다. 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 건 그냥 광고다. 4개월째다. 보름 전에 모바일은 언제 개통이 되느냐, 라고 이메일을 보내자 지금 모바일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마 다음 주 중에 개통이 될 것이다. 그 다음 주가 바로 이번 주다. 지금까지 진행이 된 그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불가능하다. 5월 안으로는 개통이 되겠지. 그렇다면 걸으면서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자. 올레 3코스를 3번 걸었고, 이틀 전에는 2코스를 걸었다. 3코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왕지사 시작한 것 나머지 2코스와 1코스도 걸어보자. 그래서 2코스에 도전을 했다. 광치기해변에서 온평리까지 14Km. 지금까지 걸어본 코스 중에 가장 지루한 코스였다. 식산봉이라는..

풍경 2021.05.08

걸으면서 사색을 한다

4코스, 3코스, 다시 7코스를 걷다 이곳 제주도에 와 정말 원없이 걸었고 걷고 있다. 작년 2020년에 3250Km를 걸은 나는 2021년이 시작되면서 다시 올레길을 걷고 있다. 걷고, 읽고, 운동하고, 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걷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못 걸으면? 상상도 하기 싫다. 걸을 수 있어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4코스 시작지점인 표선에서 남원까지 19Km, 그리고 3코스인 성산 온평리 바닷가에서 남원까지 14Km. 그리고 7코스의 20Km. 아침에 집을 나오기 전 영어공부. 한 시간 동안 내 혀는 버터 속에 풍덩 빠진 생쥐꼴이다. 스타피. 노노, 스따핏, 하고 집사람이 발음을 교정해준다. 하나도 안 들리던 영어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망치..

풍경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