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43

어제 6코스를 걷다

8부 능선 2020년 12월 30일, 눈길을 걷다 넘어졌고, 그 시간부터 내 허리는 내 허리가 아니었다. 한의원과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금이 간 내 허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었다. 소변을 보지 못 했고, 얼굴과 머리를 씻을 수가 없었다. 물리치료도 허리가 너무 아파 불가능했다. 40여 일 지옥생활을 했다. 그러다 어느 교수가 전한 복음을 확인하자 몸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허리디스크는 올바른 자세와 운동을 하면 낫는다. 일주일 전부터 물리치료는 받지 않고 소염진통제와 진통제만 먹고 있다. 도망 간 내 허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내 허리는 내가 고친다. 운동과 자세로. 다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젯밤부터 화장실 출입을 하고 오늘 아침에는 내 손으로 머리를 ..

풍경 2021.02.08

5코스 남원에서 보목포구까지 걷다

걷는 건 무념무상이고 사색이고 명상이고 참선이다 누가 나에게 띠가 어떻게 됩니까, 하고 물으면 나는 ‘걷띠’입니다 하고 말한다. 나는 걷띠이다. 걸으면 좋은 점이 첫째 산천경계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곳 제주도는 걸어야 한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3개월이면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본다. 그 다음은 갈 곳이 없다. 꽃구경도 한두 달이다. 갈 곳이 없으면 시름시름 우울증이 덤비고 몸도 마음도 시랑꼬랑 시들기 시작한다. 한 바퀴가 400Km 정도밖에 안 되는 제주는 차가 있으면 안 된다. 배낭을 메고 걸으면 일 년 열두 달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제주도에서 건강하게 살려면 차 없이 걸어야 한다. 걸으면 몸이 달라진다. 다리가 튼튼해진다. 척추가 튼튼해진다. 폐가 튼튼해진다. 심혈관이 튼튼해진다. 뇌혈관..

풍경 2020.12.24

다시 걷다

코로나가 무섭긴 무섭다. 이길 장사가 없다. 전 세계인 60%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날을 기다린다. 도서관이 다시 문을 닫았다. 배낭을 메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제는 쇠소깍까지 걸었다. 한 달만에 다시 걸으니 몸이 묵직했다. 한라산에 눈이 덮여 있다. 언제 한라산에 올라가보나? 겨울바다. 삼다라 했다,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바람의 섬. 펜션 앞에 무인가판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 봉지에 천원. 찾는 이 없는 해녀체험장. 을씨년하다. 이렇게 많은 갈매기를 처음 본다. 어디 있다 왔을까? 저 높은 한라산을 갈 수 있으려나? 성판악으로 올라간 그 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너무 돌밭이라 엄청 힘이 들었다. 마스크를 벗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코로..

풍경 2020.12.20

5코스를 걷다

남원포구, 5코스가 시작되는 곳 올레길 안내소에 들어가 지도를 하나 얻어 나오는데 집사람이 갑자기 내 안경을 놓고 왔네, 하며 허겁지겁 들어가는 것이었다. 안경을 끼고서. 안경을 끼고 있는데 무슨 안경을 찾노? 하자 헤헤헤 웃는다. 남원포구로 들어가는데 중국집이 하나 보였다. 식당 밖 테라스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빈 테라스가 하나 보여 앉으려고 다가가니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가 거기 앉으면 안 돼요. 라고 했다. 저런 문디가 있나? 집사람 팔을 잡았다. 가자, 이런 집은 반 그릇도 아깝다. 한마디 말이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문디야, 니는 가나다라마바사부터 다시 해라! 인성이 걸러먹었다. 동백꽃나무 밑에서 씨를 줍고 있는 할머니. 다가가 인사를 하니 반갑게 맞아주신다. 동백씨를 줍는 것은 이 씨로 ..

풍경 2020.10.11

법환포구 해녀 체험장

계속 파도가 높다. 아는지 낚시꾼들은 보이지 않는다. 요즘 저곳 선녀탕이 동네목욕탕이다. 서울에서 온 청춘들이 선녀탕에서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물놀이에 정신이 없다. 법환포구. 자리를 잡는 보순호가 막 들어오고 있다. 선장, 부인, 아들 이렇게 셋이서 자리를 잡고 있다. 수확이 션찮다. 표정관리가 안 될 것 같아 자리를 떴다. 걸으면서 나는 무엇을 낚고 있을까? 여러 생각에 잠겨 뜨거운 양철지붕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걷는다 땀범벅이다. 그래서 시원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긴 여행을 하는 게 우리 삶이다. 길 위에서 우리는 사랑을 하고 사업을 하고 그리고 삶의 희노애락을 만난다. 저 곳에 앉아 가지고 온 물을 반 정도 마신다. 초점이 바로 서고, 몸이 호흡을 한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점심으로 현미쑥찰..

풍경 2020.06.26

법환 풍경

오늘 12일 법환포구 풍경이다. 우산을 쓰고 월드컵경기장까지 걸어가 경기장 안에서 점심을 먹고 강정으로 해서 법환포구로 갔다. 범섬이 안개에 쌓여 구름 위에 있는 듯하다. 거장이다. 나에게 있어 황석영씨는 랭킹 1위다. 젊어서 한 때 홀딱 반했다. 스케일이 거산이면서 카리스마도 있다. 혁명가이면서 소설가다. 제 2의 황석영이 또 나타날까? 그의 소설은 장대하고, 담대하고, 그리고 문체가 독톡하다. 사람의 내면을 보는 바라보는 섬세함은 소설을 읽을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 있다. 그는 내 고향 해병1사단에서 군생활을 했다. 경북 영일군 오천면 용덕동. 그래서 더 정이 간다. 얼마나 박치기를 세게 했으면 이마가 퍼렇다 못해 하얗다. 요즘 서귀포의 바다는 열정이 대단하다.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벌..

풍경 202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