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그 시간이면 고단한 하루를 접고 길을 나선다. 배낭을 멜 때도 있고 안 맬 때도 있다. 문을 잠근다. 배달을 나간 분식집의 오토바이가 들어온다. 그러자 다른 오토바이가 불을 밝힌 채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둠 속의 두 얼굴이 굳어 있다. 골목을 나와 도로를 건넌다. 그리고는 지름길인 시장으로 들어.. 풍경 2008.01.10
카페열차 오늘 지하철을 타고 겨울 산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어느 식당에서 키우고 있는 백구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경계를 하다 금방 무장해제를 하고는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날 좀 안아주십시오, 하며 꼬리를 쳤다. 그래, 그래, 하며 우리 두 사람은 백구들을 쓰다듬었다. 개도 사.. 풍경 2007.12.26
조카 성일이, 서울에 오다 미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내 조카 성일이가 어제 서울에 왔다. 대구에 있는 Y대학교 기계공학과에 다니다 해병대에 지원을 해 올 봄 제대를 했다. 어려서 내가 3분의 1을 키운 조카다. 이놈 이름도 내가 지어주었다. 수많은 별 중에 하나의 별이 되어라 라는 뜻으로. 별 성, 한 일. 영화배우 이름이.. 풍경 2007.12.10
단 돈 2천 원에 구입한 집 정문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궁. 이곳 내 집무실에서 역대 임금님 들이 정사를 보았다. 오늘 큰마음 먹고 집을 구입했다. 화장실이 15개 정도 있는 집이다. 누구나 다 한번쯤 살아보았으면 하는 집을 큰마음 먹고 구입했다. 서울에서 아마 제일 큰 집이지 싶다. 왕년에, 그러니까 십 몇 년 전, 경주 불국.. 풍경 2007.10.21
가을이야기 #가을 산행 가끔씩 이럴 때가 있다. 지독하게 말이 하기 싫을 때가. 어제 오늘이 그렇다. 이유가 없다. 그냥 입을 닫은 채 침묵이다. 내 고질병이 되살아 난 것이다. 심할 때는 두 달 세달 동안 말을 잊고 살기도 했다. 우울증.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앓고 있는 우울증의 막장에 들어가 보면 그 유전인자를.. 풍경 2007.10.16
차마고도를 가다 # 밤 운동 어젯밤에도 우리 두 사람은 술 배인지 밥 배인지 때문에 약간 부어올라 있는 뱃살을 빼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틀 전 밤에도 비가 내리는 둔치를 나 혼자 걸었다. 가는데 5킬로 오는데 5킬로. 해서 10킬로.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습했다. 해서 우산을 펴지 않은 채 그냥 비를 맞으며 걸었다. 그 .. 풍경 2007.09.22
정동 아리랑 지난 몇 달 서울에서 유명한 추어탕 식당은 빠짐없이 순례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닌가. 잘 되고 있는 식당, 잘 안 되고 있는 식당을 가리지 않고 순례를 했다. 탕 연구를 하면서 나는 제일 먼저 인터넷을 통해 추어탕을 구입했다. 왔다. 아니었다. 맛이 영 아니었다. 껍데기를 보니 장황했다. 신.. 풍경 2007.08.03
탕의 바다에 빠지다 요즘 내 주제는 탕이다. 잠 속에서도 탕을 만난다. 앉아도 탕 서도 탕, 낮에도 탕 밤에도 탕. 오매불망 탕으로 시작해 탕으로 끝을 맺는다. 꿈 속까지 따라다니는 탕. 탕에 미친 지 한 달 반. 두 가지 탕은 마스터를 했는데 하나가 나를 골려먹고 있다. 미꾸라지로 끓이는 추어탕이 그것이다. 어떻게 하면.. 풍경 2007.06.26
거리 풍경-1 겨울 수락산 입구 안국동의 2월 어느 오후 종로 3가 종묘공원 종묘공원 종로 탑골공원 앞- 성대 김교수를 돕기 위해 거리에 나선 시민. 그가 만든 대자보 신탄리에 갔다 돌아오면서 열차 안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 성대 뒷길 겨울 수락산 어느 겨울의 우이동 입구 뒷이야기- 답은 하나다. 어떻게 사는 것.. 풍경 2007.02.23
가을- 그 어느 날의 오후 보광사 가는 길 보광사 입구 생각에 잠겨 있는 스님 점심 한끼- 밥이 곧 부처님이다 삼각산 뒷이야기- 그 시절 점심 시간이면 나는 곧잘 보광사를 찾아가곤 했다. 점심 한 끼를 해결하면서 내가 줄곧 생각에 잠긴 화두가, 배가 고프면 하느님도 부처님도 관심 밖이라는 사실. 밥이 곧 하느님이라는 말을.. 풍경 2006.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