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굴에서 본 외설악 그날 밤, 청호동의 아바이 순대를 먹기 위해 갔다 허탕을 치고 돌아와 횟집을 찾는데 밤바다를 가르며 항구를 빠져 나가는 배를 만났다 그 전날 동네에서 먹은 회보다 못 했다. 바닷가라고 해서 회가 싱싱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맛이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이것뿐이었다. .. 여행 2008.10.05
지상 최대의 쇼를 위하여 그날 저녁 그곳에서 만난 김 선생. 일 년 전, 추어탕 장사에 뛰어들기 전 강남에서 영어학원을 할 때 옆지기와 동료였다. 일년 만에 본 김 선생, 많이 예뻐졌다. 양귀비를 푹 꼬아 잡셨능죠, 와 이래 예쁘졌능죠. 복분자 한 병과 소주 세 병, 그리고 장어 네 마리가 보답으로 나왔다. 태어나 두 번 째 먹어.. 여행 2008.03.17
양평기행 훌훌 털고 집을 나가 지하철을 타고 내린 곳은 덕소.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양평으로 내뺐다. 겨울 양평. 강으로 가기에는 길을 몰랐고, 그리고 추웠다. 시장으로 가자. 인간의 냄새가 나는 시장에 가서 언 몸을 녹이고 속을 달래자. 낯선 곳에 가면 나는 시장부터 찾는다.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있.. 여행 2008.01.28
포항아리랑 -2 누님. 우리집의 수문장이었다. 지난 금요일 광명에 사는 누님과 포항으로 내려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순천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 곳 만의 갈대밭과 바다를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 삶이 계획대로 안 되듯이, 방향을 털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누님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쭉 내려가다 황.. 여행 2007.10.30
포항아리랑 강에 날아온 갈매기 지난 금요일. 우리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방을 챙겼다. 우리의 행선지는 고향. 가방을 챙긴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1년 만이었다. 1년 만에 고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뵙고 싶었다. 그리고 막내 식구들도 보고 싶었다. 해병대.. 여행 2007.10.08
영월로 떠난 여행 어제 영월 오일장. 찌짐과 녹두로 찌진 빈대떡, 그리고 시골 양조장에서 만든 대포. 대포와 탁배기, 그리고 막걸리 오늘밤에도 마트에서 사 온 막걸리를 마시면서 옛날 막걸리를 떠올린다. 이건 막걸리가 아니다.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다. 서울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옛날 고향의 술도가에서 만든 그 막.. 여행 2007.09.10
강원도로... 새벽 한 시 강릉 문화회관 옆 벤치에서 찍은 보름달. 시간만 나면 어디론가 내뺀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서울은 답답하다. 서울에서 숨을 들이키느니 내빼자. 부랴부랴 가방을 메고 허겁지겁 줄행랑을 쳤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내항으로 들어오고 있는 고깃배. 아재, 마이 잡았능죠? 다시 강원도.. 여행 2007.08.08
부산기행 탕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속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감자탕과 닭개장은 속을 썩이지 않는데 미꾸라지는 내내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날도 전날과 비슷했다. 하루에 세 번씩 미꾸라지를 살생해 탕을 끓였지만 원하는 맛이 나지 않았다. 하, 이 미물이 나를 욕보이네. 사 먹을.. 여행 2007.06.09
동숭골과 낙산재 지난해 12월 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와룡동 생활을 접고 동숭동으로 이사를 왔다. 문화의 거리, 연극의 거리, 젊음의 거리, 원두커피 맛이 일미인 학림과 그리고 음악과 미술과 퓨전 예술이 숨을 쉬고 있는 서울의 한복판으로. 우리가 둥지를 튼 낙산재 아래 쉼터골이라고 이름을 붙인 곳은 산사처럼 .. 여행 2007.06.09
전등사기행 집을 나서자 햇볕이 강렬했다. 모자가 필요했다. 집에 두고 온 선글라스가 생각났다. 평소에 거리에 나가면 눈이 부셔 사물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안경도 필요하지만 선글라스도 필요했다. 연예인이나 알건달들만 끼고 다니는 줄 생각하고 있었던 선글라스를 어느 날 종묘 앞을 지나가다 구했다. .. 여행 200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