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164

시간

시간은 뭘까? 시간에 대한 정의는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로 통일을 하면, 변화이다. 시간은 변화다. 줄기차게 걸었다. 3월, 4월, 5월, 6월, 7월. 1951Km를 걸었다. 대한민국 동서남북 국토순례를 하고도 남는 거리다. 동에서 서까지 248Km, 인천에서 목포까지 352Km, 목포에서 부산까지 288Km, 부산에서 고성까지 770Km. 합이 1, 658Km. 엄청 걸었다. 책도 20권 정도 읽었다. 어쨌든 적게 먹고, 걷고 걸었다. 걸으면서 나는 이 세계를 보고, 분석하고, 그리고 해석을 하곤 했다. 몸무게는 63Kg에서 변화가 없고, 허리둘레는 31에서 29로 줄었다. 뱃가죽에 살이 없다. 게실염이라는 병을 처음 알았다. 오른쪽 배가 아프고 땅겨 맹장염인 줄 알았다. 피검사와 CT촬..

사색 2020.08.02

그 날 그녀는 그렇게 가버렸다

이틀인가 삼일인가 뉴스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서귀포 바다에서 여자시신 발견. 어부가 발견해 해경에 신고. 해경이 시신을 수습. 신원은 27세, 청주에서 온 아가씨, 청주에서 이미 실종신고가 된 사람. 오늘 아침 쇠소깍으로 갈까 하다 7코스를 선택했다. 그 장소에 가보기로 했다. 며칠 전 더운 그 날, 두 시간 후 그 장소에 도착했다. 법환포구 방파제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시선을 한 곳에 집중했다. 여자 한 사람이 바위 끝에 앉아 있었다. 낚시꾼도 가기 힘든 장소였다. 그 바위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순간 내 마음이 불편했다. 감정이 어두웠다. 설마, 하고 나는 강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쭉 이어진 끝 바위였다. 오늘 29일 서귀포는 한 때 폭우가 쏟아졌다. 저 곳에 도착했을 때가 12시 30분이었다..

사색 2020.06.29

이상한 체험

어제는 바람도 세었고, 파도도 거세었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생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바람과 파도가. 역시나 선녀탕에는 젊은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저들에게는 수온은 괄호 밖이다. 있다면 추억을 남기는 일뿐이다. 나는 저런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설렌다. 열정과 진지함. 외국 통신사 사진기자일까? 멋이 있었다. 365일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우리 두 사람이 먹는 밥이다. 점심은 저렇게 먹고, 아침저녁은 현미에 채소 그리고 두부와 국 등등이다. 가슴이 뻥 뚫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 바닷물 속에 다이빙을 해 뿌글뿌글 바닥까지 들어가 뿌우 하고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싶은 마음이 꿀떡이지만 참는다. 잘못하면 골로갈 수가 있기 때문에. 낚시꾼이 용케도 알고 오지 않는다. 어풀을 깔아 집에서도..

사색 2020.06.10

7코스에서 생명과 소멸을 생각하다

안개가 낀 문섬과 섶섬의 풍경이다. 그림이다 5월부터 육지에서 온 젊은이들이 저 선녀탕에서 아침부터 수영을 하곤 한다. 그들에게는 추운 게 문제가 아니다. 저 소나무의 송악을 뗄 때도 땀을 흘리곤 했다. 결국 톱이 시간과 힘을 들어주었다. 열심히 말라죽어 가고 있다. 땡큐다. 7코스를 걸으면서 지금까지 지렁이와 달팽이를 14마리 구해주었다. 지렁이는 손으로 만지면 그 감촉이 대단하다. 달팽이는 혹시나 싶어 나뭇잎을 이용해 풀 속에 던져준다. 내 손가락에 묻어 있는 로숀이 달팽이에게는 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여고 버스정류장에서 우측으로 15도 각도에 있는 소나무와 삼나무에 기생하고 있던 송악나무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틀 동안 돌로 치다 힘이 빠지고 기운이 다해 포기했다. 그러다 9천 원짜리 톱을..

사색 2020.06.05

6코스 쇠소깍에 가다

어제는 오랜만에 6코스 쇠소깍을 갔다. 항구에 그 배가 보였다. 범섬을 지나가면서 가끔씩 보는 상선. 어제 서귀포항에 그 배가 정박해 있었다. Sea World Line 집 사람은 범섬 그 너머로 가는 상선의 배이름을 말하자 글씨가 보여요? 물었다. 응, 보인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나는 임꺾정의 콧구멍 속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코 앞의 글씨는 당달봉사다. 어제 내가 6코스를 간 것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 달 전 6코스를 걸으며 나는 정지작업을 했다. 소나무나 삼나무, 그리고 키다리 열대나무를 칭칭 감고 있는 송악나무를 톱으로 제거를 했다. 그 결과가 궁금했다. 드디어 그 결과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만세! 만세! 그 싱싱하던 송악나무가 노랗게 추풍낙엽이 되어 있었다. 오호, 만세! 박수를 쳤다...

사색 2020.06.05

열정과 습관

내가 이곳 법환포구를 찾기 시작한지가 벌써 삼 개월째다. 지난 3월부터 찾기 시작하면서 내 시선을 잡아끈 사람들은 이곳 마을의 해녀분들과 낚시꾼이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 법환포구의 기온은 17도 정도였다. 쌀쌀했다. 바닷물 속은 더 추웠을 것이다. 30여 명이 넘는 해녀분들은 날씨와 상관 없이 물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닷물 속의 해녀 할머니들을 보면서 열정과 습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저분들은 열정은 아니다. 습관일 것이다. 그렇다면 습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마 삶과 일에서 올 것이다. 습관의 동력은 삶과 일이다. 날이 좋으면 당연히 바다에 나가야 한다. 몸이 아프지 않는 한 바다에 나간다. 저 낚시꾼은 고기를 잡으면 그 즉시 놓아준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시간과 인내를 하면서 ..

사색 2020.05.21

나는 오늘도 걷는다

어제는 강풍이 얼마나 센지 몸이 휘청휘청했다. 미친 듯이 치는 저 파도는 바람에 의해서다. 그럼 바람은 어디서 오나? 그 바람이 성난 파도의 배후다. 저런 파도는 처음이다. 그래도 걷는다. 내가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배는 보이지 않는다. 저런 강풍과 파도에 항해는 불가능하다. 배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법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주에는 송악만 있는 게 아니다. 저런 넝쿨도 있다. 저게 나무를 칭칭 감고 있으면 나무는 결국 숨을 쉬지 못하고 죽는다. 도구는 없고, 그래서 저 넝클을 양손으로 쥐고 비틀고 비틀어 쥐어 짜면 틈이 생긴다. 그럼 저렇게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도로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저 넝클은 죽고 나무는 살 것이다. 내 점심이다. 통밀빵 다섯 조각, 사과나 토마토 하..

사색 2020.05.20

나와 기생충

기생충을 제거하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잡풀이다. 잡풀 속에는 뱀이 있을 수도 있고, 야생진드기도 있다.잡풀 속에 들어가 등산화로 땅을 꽉 밟는데 뱀의 대가리를, 그것도 독사의 대가리를 밟아 이빨이 으깨어지면 물 수가 없어 등산화를 떼도 괜찮지만 그게 아니고 독사의 꼬리를 물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꼬리를 물자 독사가 몸을 틀어 내 등산화 위 발목을 물면 나도 기생충과 같은 운명일 수 있다. 그리고 잡풀 속의 말라가는 나뭇가지를 밟자 그 충격으로 야생 진드기 두 마리가 공중에 점프를 했다가 내려오면서 내 등산화 속으로 기어 들어가 꽉 물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풀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은 기생충이 있고, 그리고 기생충 때문에 남은 생명이 위태로운 나무가 있기 ..

사색 2020.05.07

위대한 대한민국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지금 공포에 떨고 있다. 코로나19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다중으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것이다. 3, 4월 두 달 동안 나는 아침밥을 먹고 나면 집을 나온다. 그리고 그 때부터 무작정 걷는다. 언제 서울로 돌아갈지 예정이 없다. 내일 당장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곳에서 사전투표도 했고, 그리고 전 세계의 소식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영국, 일본,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들이 이번에 닥친 코로나19 때문에 국격이 형편 없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경제 문제와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선전국이 ..

사색 2020.04.30